요 며칠 동안 의욕이 없고 입맛이 없었다.
자도 자도 피곤하고 도저히 침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끼만 대충 먹으니 배가 고파 위가 꼬여 위경련까지 왔었다. 안 되겠다 싶어 대전에 유명하다는 정신과 병원을 찾아갔다.
점심 먹고 오후에 도착하니 병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이 불문 성별에 상관없이 여러 사람들이 자신에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니 내 차례가 왔고 나는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 여러 가지 검사지를 작성했고 이상한 기계에 앉아 스트레스 정도를 검사했다.
검사지는 우울증 정도를 나 자신에 맞게 체크하는 정도였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의사는 우울증이라고 하며 기간이 오래됐고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했다. 누가 그 흔한 방법을 모르나
좀 더 심도 있고 깊은 대화를 의사와 나눌 줄 알았는데 이병원은 아닌 것 같다.
병원에서는 의료보험도 안 되는 일주일치 약과
진료비를 포함해서 6만 원이나 나왔다.
약은 아침저녁에 먹고 취침 전 약까지 받았다.
집에 와 족발에 소주 한잔하고 취침 약을 먹고 잤다. 뭐 그럭저럭 잔 거 같았다. 아침 약을 먹고
저녁 약을 먹고 잤다.
소변 때문에 잠을 두 번이나 깬 거 같은데 머리가 빙글빙글 돌더라, 아 이게 약이 나랑 안 맞는 것을 직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났는데 괜히 횡설수설하고 기억이 잘나지 않았다. 머리에 뿌연 안개가 낀듯했다. 그렇게 이틀을 시달리고 오늘에서야 제정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아침밥을 간단히 먹었다. 점심은 전부터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 그전에 방에 있는 안 입고 오래된 옷들을 정리했다. 오래 입어 해진 옷들 구멍 난 옷 뱃살이 쪄서 안 맞던 옷들 비싸게 샀는데 손이 자주 안 가던 것들, 보면서 스트레스받았던 옷들을 헌 옷 함에 버리니 왠지 모르게 가벼워진 느낌과 개운함이 느껴졌다. 비우면 맘이 편해진다. 옷장도 그만큼 넓어졌고 필요한 옷들은 다시 살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짜장면을 맛있게 먹고 미용실에 들러
두피클리닉을 받고 집에 오는 길에 초밥을 사 와서 먹었다.
사람 기분이라는 게 그냥 왔다 가는 거더라
우울함도 있다 보니 자연스레 지나갔다.
기분이 우울하니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이 마음이 언제쯤이면 지나갈지 뜨거운 숯을 내 손에 쥐고 놓지를 못했다. 그래도 나를 이해해준 아버지 어머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고 느꼈다. 이제는. 우울해도 그냥 내두자 방에만 있어도 좋고 일 안 해도 좋고, 그래도 왠지 일해야 할 거 같고 방에서 나가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참.
마치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데일 카네기 자기 관리론
page 203 "내가 그토록 심하게 아프지 않았다면, 그 많은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찰스 다윈
페이지 204 두 번째 문단
노력할 때 얻을 것은 있어도 잃을 것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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