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

이 또한 지나간다.

2019. 11. 2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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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끝나고 퇴근하면서 새벽에 찍은 단풍 사진이다.

늦가을 붉은 단풍잎을 보고 있으면 고요함이 느껴진다.

매일 지나가는 길에 이날은 웬일인지 사진을 찍어 보고 싶었다. 

이 붉은 색채가 그날따라 강렬하게 눈에 띄었다.

평소에는 지나쳤지만 붉은색깔이 맘에 들었다.

 "이 또한 지나간다."

힘들거나 고민거리가 생길때 이 문장을 되새긴다.

이 글귀는 세상이 덧없음을 모든 물질적인 형상에 무의미함을 알려준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삶에 부정적이고 억울해했다. 

지금까지 자라 오면서 해온 모든것들이 싫었다. 분노했고, 화를 냈다. 

누군가에게 화를 받아줄 대상을 찾았고, 필요했고, 더 이상 상대방이 없을 때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죄책감에 빠져 우울한 나날들을 술로 보냈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내 애환을 술 한잔에 마셔버렸다.

그러다 몸은 점점 나빠졌다. 소화가 안되고 변도 제대로 못 봤다. 스트레스로 머리는 빠졌다.

다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을 해도 언제나 제자리 인듯 했다. 

오래된 무기력에 차츰 자신감을 잃어갔다. 삶의 재미보다는 "몇살까지 살까?"가 고민이었다.

 

 올해 2월 나는 40살까지 살기로 마음 먹었다. 

기존에 있던 모든 것들을 끊어버렸다. 가족, 친구, 학연들, 지인들, 연락을 끊고 나 혼자서

목적지도 없는 길을 떠났다.  가방을 메고 무작정 버스터미널로 가 가장 빠른 버스를 타고 떠났다.

돈도 없었고 옷도 없었다. 추운 그날 따뜻한 남쪽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가다 보니 바다가 보였다. 

겨울바다에 바람은 의외로 따뜻했다. 차가운 이미지 보다는 왠지 나에게는 따뜻하게 다가왔다. 

남쪽은 나에게는 등불과도 같았다. 

 

 남쪽에서 정착한지도 9개월째이다. 

적금을 깨서 월세방을 계약을 하고 야간에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내 나이에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많지 않았다. 여러 군데 전화를 했지만 면접 보기는 것조차 힘들었다.

돈이 없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다. 식사도 해결해야 하고 돈도 주는 곳을 원했다. 한 달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혼자 이불도 없는 방에서 패딩만 입고 한 달을 버텼다. 그래도 감기 안 걸린 내 몸이 대단했다. 

 일을 하면 2달을 버티지 못했다. 

일을 하면서 꾹꾹 참아왔던 감정들은 폭발을 하고,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있었다. 

방법이 필요했다.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알지만, 바뀌지 않았다. 카오스 그 자체이다.

 

 5번째로 얻은 일자리는 3달째 하고 있다.

야간에 일을 해서 잠은 잘 자지 못하지만 시간이 많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처음에는 책을 볼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는 내 안에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공간이지만 나는 이 공간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들어올 수 있는 방 한 칸을 내줬다.

그럼으로써 사람들과의 마찰이 줄었다. 술 마시는 진상 손님을 보면은 화가 끓어올랐었다. 

내가 술 마시고 진상 피우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무례한 손님일수록 더욱 친절히 대하기 시작했다.

명상을 하기 시작했고, 글을 쓰고 필사를 하며,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집중을 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있다. 

현재에 집중하며 매일매일 살고 있다. 과거나 미래를 떠올리지 않고, 

내 안에 알아차림을 시작했다. 항상 사랑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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